[칼럼] 2,000억 달러 대미 투자의 함정…국익 없는 에너지 동맹은 공허하다
박근종 칼럼니스트
segyenews7@gmail.com | 2026-09-23 09:14:42
[세계뉴스 = 박근종 칼럼니스트] 대미 전략투자 2,000억 달러의 밑그림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부는 최근 국회에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을 1호 사업으로 확정하고, 대형 원전 8기 건설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의 추진 경과를 보고했다.
한미 통상 갈등을 완화하고 미국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입지를 넓히기 위한 대규모 투자는 경제·외교적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투자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사업의 정당성과 경제성이 자동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 간 협력이라는 명분이 국민의 손실을 감수해야 할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
223억 달러 발전소, 수익 배분의 불균형을 따져야 한다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는 총사업비만 223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가 늘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1.4GW부터 단계적 증설을 택한 것은 위험 관리 차원의 접근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핵심은 규모가 아니라 비용 부담과 수익 배분, 손실 책임의 구조다. 한국이 건설 자금을 전액 부담하면서도 미국 측이 초기 수익 지분 50%, 장기적으로 90%까지 요구한다면 이는 심각한 불균형이다. 대형 수요처와의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리금 회수 가능성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 수익 전망보다 수익 배분의 근거와 손실 부담의 상한선부터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원전 8기, 기술 주권과 경영권은 별개의 문제다
약 1,200억 달러가 예상되는 대형 원전 8기 건설 역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한국형 APR1400 적용과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 방안이 거론되지만, 불과 5~10%의 지분만으로 실질적인 경영 참여와 기술적 권한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원전 사업은 설계 변경, 인허가, 원천기술 사용권, 공사 지연 등 수많은 변수가 책임 구조와 연결된다. 자금과 시공 역량을 제공하고도 핵심 기술과 의사결정 권한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국내 산업의 경쟁력 확대로 이어지기 어렵다. 지분율보다 중요한 것은 계약서에 담길 기술 사용 권리, 의결권, 비용 초과 분담 및 사업 철수 조건이다.
알래스카 LNG, 정치적 압박이 경제성을 대신할 수 없다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은 극한의 기후와 막대한 초기 투자비로 인해 사업성 검토가 필수적이다. 과거 글로벌 기업들의 사업 철회 사례가 증명하듯, 미국 정부의 추진 의지만으로 수익성이 담보되지는 않는다. 판단 기준은 명확하다. 사업의 위험을 감당할 만큼 충분한 객관적 수익성이 존재하는가, 그리고 한국 측이 부담하는 위험의 통제 가능성은 어떠한가이다. 외교적 관계 때문에 경제성이 불확실한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면 더욱 엄격한 국회 심의와 국민적 검증을 거쳐야 마땅하다.
'상업적 합리성'은 협상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올해 6월 시행된 대미 전략투자 관련 특별법의 핵심인 '상업적 합리성' 원칙은 대규모 투자의 든든한 안전장치가 되어야 한다. 사업 존속기간 동안 원리금 상환을 위한 현금 흐름이 확보되는지 실질적으로 검증해야 하며, 이것이 부족하다면 국회 동의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정부는 투자금 회수 구조, 손실 배분 조건, 장기 PPA 현황, 기술 사용권, 손실 한도 및 철수 조건이 담긴 실질적 자료를 국회에 제출하고 제대로 된 심의를 받게 해야 한다.
에너지 동맹의 가치는 투자액이 아니라 결과로 증명된다
대미 투자의 성패는 연간 투자 한도인 200억 달러를 얼마나 빠르게 집행하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국민의 자금이 정당한 수익으로 돌아오고 국내 산업 경쟁력이 확충되는가에 달려 있다. 정부는 속도보다 계약의 완성도를 우선해야 하며, 위험 관리 장치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재협상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국익은 선언이 아닌 숫자와 계약, 책임 구조로 지켜진다. 대미 전략투자가 진정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한 최우선 기준은 오직 국익과 경제성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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