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빈총 경계의 대한민국…이런 군을 믿고 국민은 두 발 뻗고 잠들 수 있나

전승원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8-04 09:30:04

국가는 국민에게 국방의 의무를 요구한다. 청년들에게 총을 들고 나라를 지키라고 명령한다. 그런데 정작 군은 실탄도 장전하지 않은 '빈총'을 들려 장기간 경계근무를 시켰다. 국가가 국민에게 요구하는 의무와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안보가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육군 1군단에 이어 해병대 2사단에서도 수년간 빈총 경계가 이뤄졌다는 사실은 일부 부대의 일탈이 아니다. 경계를 생명으로 삼아야 할 군이 오발 사고를 이유로 실탄을 제거한 것은 경계보다 사고 회피를 우선한 것이다. 이는 군기 해이를 넘어 군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한 일이다.

군에서 경계는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적은 군의 사정을 이해해 주지 않는다. 침투는 실탄이 장전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총에서 실탄을 뺀 순간 경계는 형식이 되고, 안보는 구호가 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관행이 2020년부터 장기간 이어졌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책임은 초병이나 일선 지휘관에게만 물을 수 없다. 중대장과 대대장, 연대장, 사단장, 군단장, 합동참모본부, 각 군 본부, 국방부에 이르기까지 지휘계통 전체가 책임의 대상이다.

더구나 이 기간 국방부는 서욱, 이종섭, 신원식, 김용현, 안규백 장관으로 이어졌다. 다섯 명의 장관 재임 기간 동안 이러한 경계 실태가 계속됐다면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보고조차 받지 못했다면 지휘·보고체계가 무너진 것이고, 보고를 받고도 바로잡지 않았다면 관리·감독을 포기한 것이다. 어느 쪽이든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지휘관의 임무는 사고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에 대비하는 것이다. 오발 사고를 예방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그 해결책이 '실탄 없는 경계'였다면 그것은 지휘가 아니라 책임 회피다. 사고를 막기 위해 경계를 포기한 지휘관은 지휘관으로서 낙제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민은 완벽한 군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소한 유사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군은 요구할 권리가 있다. 빈총을 들고 경계에 선 군에게 국민의 생명과 국가안보를 맡길 수는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현실을 두고도 국민에게 안심하라고 말하는 위정자들이다. 안보는 선언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철저한 대비와 엄정한 지휘, 그리고 책임 있는 통제로 지켜지는 것이다. 빈총을 들려준 군을 그대로 둔 채 국민에게 두 발 뻗고 잠을 자라고 말하는 것은 안심이 아니라 무책임이다.

이번 '빈총 경계' 사태는 단순한 군기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군 지휘체계가 얼마나 허술하게 운영돼 왔는지를 보여준 국가안보의 경고장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문책이 아니다. 누가 이러한 지침을 만들고 방치했는지 끝까지 규명하고, 군 지휘체계를 원점에서 다시 세우는 일이다.

국가는 국민에게 국방의 의무를 요구하기 전에, 국민이 군을 믿을 수 있는 나라부터 만들어야 한다. 실탄 없는 경계로는 국가도, 국민도 지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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