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2만2802개 밀린 급여준 건축업자 …한은, 대신 사과하고 생필품 전달 위로
한지민
news@segyenews.com | 2016-06-14 08:27:29
[세계뉴스] 한지민 기자 =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밀린 임금을 동전으로 지급한 사건이 벌어져 논란을 빚고 있다.
경남 창녕군의 한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우즈베키스탄 출신 존씨 등 외국인 노동자 4명은 지난 9일 밀린 급여 440만원을 모두 동전으로 받았다. 이들을 고용했던 건축업자 장모씨는 100원짜리 동전 1만7505개, 500원짜리 동전 5297개 등 동전 2만 2802개를 컨테이너 사무실 바닥에 쏟고 섞어버린 뒤 '가져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외국인 노동자 4명은 지난달 중순부터 건설 현장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일했다. 초과 근무 수당을 포함해 한 사람의 일당이 17만원, 주급이 110만원이었다. 그런데 7일에 주급으로 받기로 한 임금을 8일까지 받지 못하자 9일 현장에 출근하지 않았다. 이들은 '왜 일을 하러 나오지 않느냐'는 건축업자 장씨에게 '일을 시키려면 돈을 달라'고 항의했다. 그러자 장씨가 이날 오후 임금을 동전으로 줬다는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바닥에 흩어진 동전을 라면 박스에 담아 집으로 가져온 뒤 밤새 100원짜리와 500원짜리로 나눴다. 동전을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 고민하던 끝에 10일 오전 단골 수퍼마켓 주인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이후 수퍼마켓 직원과 함께 동전을 차에 싣고 농협과 은행 등을 찾아 환전하려고 했지만 '동전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했다고 한다.
이날 오후 창원시에 있는 한국은행 경남본부에서 5만원짜리 지폐로 바꿨다. 이곳에서도 동전 2만2802개를 모두 분류하느라 직원 4명이 40여분간 씨름해야 했다고 한다.
동전으로 임금을 준 건축업자 장씨는 "건축주의 공사 대금 결제가 늦었는데, 급여가 하루 이틀 밀렸다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을 나오지 않은 것이 화가 나서 돈을 동전으로 바꿔줬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은행 경남본부는 "(국가의 이미지를 생각해) 우즈벡 노동자에게 대신 사과하고 생필품을 전달하고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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