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과거의 별에 갇힌 군 개혁, '미래 통합전력'의 큰 그림을 그려라
편집국
segyenews7@gmail.com | 2026-08-27 11:30:20
- 각 군 전문성 넘어 전술자립형 소부대·첨단전력을 연결하는 미래 통합전력 구축해야
대한민국 군 개혁은 결코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돌발적 실험'이 아니다. 과거 3만 원 안팎이던 병장 월급이 150만 원 수준으로 현실화되고, 병영 인권과 복무환경이 혁신되었으며, 드론과 무인체계 등 첨단 무기체계가 도입된 과정 모두가 수십 년간 지속되어 온 '군 현대화'의 연속선상에 있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통합사관학교' 논의 역시 단순히 하나의 기구를 통합하는 기술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그동안 추진해온 군의 합동성 강화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미래 전장에서 육·해·공 전력을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미래 통합군'으로 나아가기 위한 거대한 흐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특히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미래전의 양상이 빠르게 변화하는 중요한 시점에, 군의 변화 방향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합동성 강화를 위해 사관학교까지 통합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우리 군은 그동안 합동성 강화를 중심으로 발전해왔으며, 합동참모본부 체계가 그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따라서 지금 논의해야 할 핵심은 단순히 합동성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에 있지 않다.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미래 전장에서 육·해·공군의 전력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통합하고, 하나의 전투력으로 효율적으로 운용할 것인가, 즉 미래 통합전력의 운용체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대한민국 군이 미래 전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싸워야 하는지에 대한 큰 그림과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정작 지금의 논의에서는 그 중심에 있어야 할 '미래군의 큰 그림'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증명하듯 현대전은 드론·위성·전자전·사이버전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복합전이다. 육·해·공군이 각자의 울타리 안에서 싸우는 시대는 끝났다. 현장의 전술자립형 소부대가 신속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정밀타격을 수행하는 동시에, 상위의 통합전력과 화력·정보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통합작전 능력이야말로 승패의 핵심이다.
대한민국 군 개혁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다. 병영문화가 달라졌고, 장병의 처우와 인식도 변했으며, 무기체계와 전투방식 역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제 변화의 흐름은 군의 교육체계와 군사교리로 이어져야 한다. 과거의 경험과 교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를 미래의 군을 설계하는 소중한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
따라서 사관학교 개편 논의의 본질은 "학교 건물을 합치느냐"가 아니라, "미래 전장을 지휘할 융합형 장교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에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토론장에서는 비전 대신 진영과 기득권의 반발만 분출되고 있다. 최근 사관학교 통합에 반대 목소리를 낸 전직 장성(예비역 별)들의 우려를 무작정 기득권으로 몰아붙일 수는 없다. 각 군의 고유한 전문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은 일리 있는 질문이다.
하지만 반대 그 자체만으로는 부족하다. 과거의 계급과 경험이 개혁을 막아서는 권위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군의 어른으로서 진정 안보를 걱정한다면, 자신들이 현역 시절 겪었던 합동작전의 한계와 교육체계의 구멍을 솔직히 고백하고 "사관학교 통합이 아닌, 이런 대안을 통해 미래형 장교를 키워야 한다"는 실질적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대안 없는 반대는 기존 조직과 전통을 지키기 위한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뿐이다.
국방부의 미흡한 소통 방식 역시 비판받아 마땅하다. 병영개혁부터 무기 첨단화, 드론전력 확보, 그리고 장교 교육체계 개편으로 이어지는 '단일한 국방 혁신 로드맵'을 국민에게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큰 그림에 대한 설명 없이 '사관학교 통합'이라는 결과물만 툭 던져 놓으니 "졸속 개혁"이라는 반발을 자초한 것이다.
우리는 질문의 방향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단순히 "왜 사관학교를 합치느냐"가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군은 어떻게 싸울 것이며, 그 군을 이끌 장교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통합사관학교가 미래군으로 가는 유일한 정답은 아닐지라도, 미래 통합전력을 고민하기 위한 강력한 출발점임은 분명하다. 국방부는 단편적인 조직 개편안을 넘어 '통합군'으로 향하는 명확한 비전을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
예비역 장성들 또한 과거의 영예에 머물지 말고 미래전 교리를 완성할 경험과 지혜를 보태야 한다. 과거의 경험을 자산 삼아 미래 전장으로 나아가는 것,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 군이 걸어가야 할 책임 있는 개혁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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