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소통의 대통령에서 통치의 대통령으로

전승원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6-23 13:26:22

- 집권 2년 차, 이재명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말이 아니라 더 큰 무게감이다

[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최근 정치적 하락세는 정책보다도 '말'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정치권에서는 장기 상승세가 꺾이는 신호를 '데드크로스'라고 부른다. 지금 대통령을 둘러싼 경고등 역시 국정 운영보다 과도한 발언과 노출에서 켜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은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과의 직접 소통은 중요한 덕목이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SNS를 적극 활용하며 국민과 실시간으로 의견을 나누고 정책 방향을 설명해 왔다.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과는 다른 친근한 리더십으로 평가받아 왔다.

실제로 많은 국민은 대통령에게서 기존 정치인들과 다른 모습을 보았다. 대통령이 높은 담장 뒤에 숨어 있는 권력자가 아니라 마치 이웃집 아저씨처럼 다가와 국민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 국민들은 지난 1년 동안 대통령의 철학을 이해했고, 그의 진심도 읽었다.

그러나 소통에도 적정선은 존재한다.

대통령의 말은 일반 정치인의 말과 다르다. 한마디 한마디가 국가의 방향으로 해석되고 경제와 사회, 외교와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 시장은 대통령의 발언에 반응하고 공직사회는 대통령의 의중을 읽으려 한다.

그런데 최근 국정 운영 과정에서 대통령이 지나치게 전면에 나서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주요 정책은 물론 크고 작은 현안까지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고 직접 판단하는 모습이다. 대통령의 발언이 곧 뉴스가 되고, 또 다른 논란과 해명을 낳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처음에는 신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이 일상이 되면 대통령의 말 자체가 정치적 소비의 대상이 된다. 결국 국가 지도자의 메시지가 정책보다 가십으로 소비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대통령의 입은 무거워야 한다.

국가 최고지도자의 발언은 무게가 있어야 하고, 필요한 순간에 나올 때 더욱 큰 힘을 가진다. 말의 빈도가 권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절제가 권위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국무총리의 역할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헌법상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자리다. 사실상 국내 행정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역대 정부들은 대통령이 외교와 안보, 국가 비전에 집중하고 총리가 국내 행정과 정책 집행을 책임지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관심과 권한이 대통령에게 집중되는 모습이다. 국무총리 역시 존재는 하지만 존재감은 크지 않다. 총리가 스스로 몸을 낮춘 결과라기보다 대통령 중심의 국정 운영 속에서 총리의 역할이 충분히 드러나지 못하는 측면이 커 보인다.

국정은 대통령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은 방향을 제시하고 총리와 장관들은 그 방향을 현실로 구현해야 한다. 모든 현안을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강력한 리더십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정부 시스템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의 처지를 마냥 외면할 수도 없다.

이재명 정부는 이제 집권 2년 차에 접어들었다. 지난 1년은 국민에게 자신을 알리고 국정 철학을 설명하는 시간이었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생각을 충분히 들었고 그가 추구하는 가치도 이해하게 됐다. 대통령 역시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통해 일정한 신뢰를 구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이 마주한 국정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다. 취임 직후부터 무너진 국가 시스템과 공직사회를 정상화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전임 정부에서 누적된 각종 문제와 갈등, 행정 불신을 수습하는 일만으로도 벅찬 상황이었다.

국가 운영의 기본 틀을 다시 세우고 공직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며 국민이 잃어버린 방향감을 되찾게 하는 일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하루를 이틀, 사흘처럼 살아도 부족하다고 느낄 만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의 조급함을 탓할 수만도 없다.

국민은 당장의 변화를 원한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빠르다. 작은 실수에도 비판이 쏟아지고, 성과보다 부족한 부분이 먼저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그것이 민주주의 사회의 숙명이기도 하다.

결국 대통령과 국민 모두가 서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국민은 국가 정상화에 필요한 시간을 어느 정도 인내할 필요가 있고, 대통령은 국민이 느끼는 피로감과 불안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은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웃집 아저씨 같은 친근한 대통령의 모습도 중요하지만, 국가를 이끄는 최고 지도자로서의 무게감도 필요하다. 소통의 대통령에서 통치의 대통령으로, 설명하는 대통령에서 결과를 만드는 대통령으로 변화해야 할 때다.

말을 줄인다고 소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꼭 필요한 순간에 던지는 한마디가 더 큰 울림을 가질 수 있다.

국민은 이제 대통령의 일상적인 생각보다 국가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집권 2년 차를 맞은 이재명 대통령이 친근함과 권위, 소통과 절제 사이의 균형을 찾아갈 때 비로소 국민은 대통령다운 대통령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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