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대한민국의 선택, 동북아의 미래를 바꾼다
전승원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3-17 13:07:45
[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세계 질서는 구조적 전환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냉전 이후 유지돼 온 균형은 해체의 국면에 접어들었고, 기술·경제·안보가 결합된 복합적 경쟁 질서가 새로운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동북아시아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은 장기화되고 있으며, 일본은 안보 정책의 지평을 넓히며 군사적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의 움직임까지 더해지면서 동북아는 다시 세계 권력 재편의 핵심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4년째 전쟁 중이다. 이 사실은 오늘날 국제 질서가 더 이상 안정된 평화 체제 위에 놓여 있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금의 세계는 평화와 갈등, 협력과 충돌이 동시에 작동하는 복합적 구조 속에 있다. 질서와 무질서가 공존하는 전환기의 시대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대한민국의 위치도 달라지고 있다. 더 이상 외부 환경에 따라 움직이는 국가가 아니라, 질서 형성 과정에 참여하는 주체로 자리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 출발해 산업과 기술, 무역을 기반으로 세계와 연결된 국가로 성장해 온 과정이었다. 그러나 한반도는 여전히 휴전 상태에 놓여 있으며, 핵 위협이라는 구조적 긴장 속에 있다.
이 같은 현실은 한반도의 평화가 외부에 의해 주어지는 결과가 아니라, 우리의 선택과 전략에 의해 형성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동북아에서의 평화를 말하려면 대한민국은 더 이상 수동적 위치에 머물 수 없다. 질서를 설계하는 국가로서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방어적 구조와 동맹 중심의 안보 체계를 통해 안정성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지금의 국제 환경은 그 이상의 책임과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평화를 유지하는 국가를 넘어, 평화를 만들어내는 국가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이미 이러한 변화는 현실 속에서 나타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 파견됐던 청해부대는 해상 교통로와 자국민 보호라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국제 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역할을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첨단 방위 산업 역시 안보와 경제를 연결하는 전략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국제 사회에서 드러나는 흐름은 동맹의 본질을 다시 보여준다. 중국과 러시아가 특정 분쟁에서 제한적으로 움직이고, 중동 지역 내 무장 세력들 또한 선택적으로 개입하는 모습은 동맹이 선언이 아니라 이해관계와 책임이 결합된 구조임을 말해준다.
동맹은 필요할 때만 호출되는 관계가 아니다. 평상시의 선택이 위기 시의 신뢰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러한 맥락에서 제기되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는 단순한 군사적 판단을 넘어선다.
동맹국의 요청이라는 외교적 기반, 그리고 자국민과 해상 교통로 보호라는 명분은 이미 충분히 형성되어 있다.
이제 남는 것은 선택이다. 만약 이 요청에 대해 소극적이거나 거부적인 결론이 도출된다면, 그 파장은 단순히 하나의 사안을 넘어설 수 있다.
동맹은 상호성에 기반한다. 우리가 요구할 때만 작동하는 구조가 아니라, 상대가 필요로 할 때 함께 책임을 나누는 관계다.
이 원리가 흔들릴 경우, 동맹의 신뢰 역시 재평가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각자의 안보는 각자가 감당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이는 단순한 외교적 메시지를 넘어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한 흐름이 누적될 경우,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 역시 새로운 변수에 직면할 수 있다. 주한미군의 존재 역시 이러한 신뢰 구조 위에서 유지되는 요소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동맹이 약화된 상태에서의 안보는 선택이 아니라 부담으로 전환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부담은 결국 우리가 감당해야 할 몫으로 돌아온다.
지금의 시대는 한 영역에만 집중하며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안보·경제·외교가 동시에 작동하는 복합 전략의 시대다.
한반도의 평화 역시 마찬가지다. 그 평화는 외부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형성되는 결과다.
대한민국은 이미 그 선택을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방향이다. 대한민국이 동맹과 국제 질서 속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기존의 틀에 머물 것인지에 따라 동북아 질서의 구조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격변의 시대는 불확실성을 동반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낸다. 지금의 국제 환경은 그 기회의 문이 열려 있는 순간이다. 대한민국의 선택은 동북아의 균형을 바꾸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더 이상 유보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대한민국은 이제 질서를 따르는 나라가 아니다. 질서를 설계하고 재편하는 국가다. 우리의 선택이 동북아시아의 구조를 다시 쓰고, 그 중심에 대한민국을 서게 할 것이다.
[ⓒ 세계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