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자살률, 일반 공무원의 2.1배…경찰청 '정신건강 조직 관리' 나선다
전승원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8-20 13:16:13
- 정신건강 검진 주기 5년→2년 단축…상담·치료 지원 확대, 현장 실효성이 관건
[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경찰관의 자살률이 다른 공무원의 2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서만 8월 현재 16명의 경찰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경찰청이 정신건강 문제를 개인이 감당해야 할 문제가 아닌 조직 차원의 관리 대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20일 경찰관의 정신건강을 예방·진단·치료·치유까지 전 주기에 걸쳐 지원하는 '2026년 경찰동료 자살예방 종합대책'과 시행계획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경찰관은 매년 평균 23명이 자살했다. 지난해에도 25명이 숨졌으며, 올해는 8월 현재까지 16명이 자살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최근 5년간 경찰관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17.7명으로 경찰 외 공무원 8.6명의 약 2.1배에 달했다. 자살과 직무 간 관련성이 인정돼 순직 처리된 공무원 가운데 경찰관의 비중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7~2021년 자살로 순직이 인정된 공무원 35명 중 경찰관은 12명으로 34.3%를 차지했다.
범죄·재난 현장 반복 노출…높은 업무 스트레스
경찰관은 강력사건과 사고, 재난 현장에 반복적으로 투입되면서 일반 직군보다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야간·교대근무, 감정노동, 민원 대응, 사건 처리에 따른 업무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청은 지난 6월에도 경찰관의 정신건강 문제를 조직 차원에서 관리하기 위한 '경찰 생명지킴 비전'을 선포하고 동료의 위기 신호를 조기에 발견하는 체계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신건강 검진 5년→2년…위험군 선제 지원
경찰청은 우선 기존 경찰관 직무적성검사를 정신건강 종합검진 중심으로 개편하고 검진 주기를 기존 5년에서 2년으로 단축한다.
검사 결과 정신건강 위험이 확인된 경찰관에게는 상담사가 직접 연락해 상담을 진행하고, 필요할 경우 전문 의료기관의 진료까지 연계할 계획이다.
또 올해 일부 경찰관서를 대상으로 전 직원 의무 심리상담을 시범 운영하고, 내년에는 60개 경찰관서에 상담사를 배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특히 기존에는 마음동행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뒤에야 진료비 지원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상담을 거치지 않고 협력병원에서 바로 진료를 받아도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2027년부터는 협력병원뿐 아니라 전국 정신건강의학과 전문 의료기관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자살 발생 이후 동료·유가족 지원도 강화
경찰관 자살이 발생한 이후 남겨진 동료와 유가족에 대한 지원체계도 강화된다. 경찰청은 본청과 시·도경찰청, 경찰서 간 핫라인을 구축하고 유가족 전담 경찰관을 지정해 장례와 행정절차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강력사건이나 사고 현장에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경찰관에 대해서도 긴급심리지원을 강화한다.
'대책'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실제 작동하느냐
경찰청이 이번에 내놓은 대책은 과거의 사후 대응에서 벗어나 예방과 조기 발견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제도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실제 경찰관들이 얼마나 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느냐에 있다.
경찰 조직 특성상 정신건강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 인사나 근무평정 등에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 있다면 상담과 검진 제도가 마련돼도 실제 이용률을 높이기 어렵다.
경찰청 역시 정신건강 치료 이력이 인사상 불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결국 경찰관의 자살 문제는 개인의 취약성이나 일시적인 심리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해결하기 어렵다.
매년 20명이 넘는 경찰관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자살률이 다른 공무원의 두 배를 넘는 현실이라면 업무량과 교대근무, 조직문화, 인사제도, 현장 트라우마 관리까지 경찰 조직 전반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경찰관들이 정작 자신의 고통을 호소할 곳을 찾지 못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경찰청의 이번 종합대책이 또 하나의 행정계획에 그칠지, 아니면 경찰관의 생명을 실제로 지키는 조직문화의 변화로 이어질지는 현장 경찰관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지원체계가 얼마나 빠르게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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