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탄 '탄 뱅크' 만든다"…K-방산, 전시 탄약은행으로 간다

탁병훈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4-01 09:56:14

- 미사일 비축·생산 능력 강화 위한 '탄 뱅크' 설립 추진 방침
- 중동 분쟁 속 긴급 수출 경험 계기…K-방산 수출 경쟁력 제고
천궁-Ⅱ 지대공유도탄. (합동참모본부 제공)

[세계뉴스 = 탁병훈 기자] 군 당국이 각종 유도탄의 보유량을 체계적으로 늘리기 위한 이른바 ‘탄 뱅크’ 설립을 추진한다. 최근 미국-이란 전쟁 등에서 방어용 유도탄이 급속도로 소진되는 양상이 반복되자, 평시부터 충분한 물량을 비축해 두는 ‘탄약 은행’ 개념을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주철 방위사업청 대변인은 31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군은 변화하는 전쟁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방산물자의 비축 능력과 생산 능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고 있다”며 “정부는 대내외 사항을 주시하고 있고 관련 부처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확보 방안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탄 뱅크는 미사일·유도탄 등 고가 정밀탄을 일정 수준 이상 비축해 두고, 필요 시 군 운용과 수출 물량으로 신속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시설적 장치를 의미한다. 단순 탄약창 확대를 넘어, 정부와 방산업체가 공동으로 ‘재고 풀(pool)’을 운용하는 구조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구상은 중동 분쟁에서의 실제 사례가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란 전쟁 초기,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아랍에미리트(UAE)가 한국에서 수입한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체계 ‘천궁-Ⅱ’ 포대 운용을 위해 요격미사일 추가 지원을 긴급 요청했고, 우리 정부가 예정된 인도 일정을 앞당겨 물량을 제공한 사례다. 당시처럼 동맹국·수입국의 긴급 요청에 신속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셈이다.

김 대변인은 “현 단계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탄 뱅크)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군과 국방부, 다른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진행 방향에 대해 협의해 나가겠다”고 선을 그었다. 아직 구체적인 규모나 운영 방식, 법·제도 정비 수준까지 논의가 진전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탄 뱅크 설립을 위해선 방산업체에 대한 정부 지원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사청 관계자는 “업체가 1기당 수억, 수십억 원대의 미사일 등 고가의 탄을 보유하도록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가 따른다”며 “정부의 보조금 지원과 함께 탄약창 등 군의 부관시설을 임대해 미사일 등 여분의 탄을 보관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등의 지원책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정부가 일정 부분 비용을 분담하고 군 시설을 개방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분위기다.

군 안팎에선 탄 뱅크가 국내 안보뿐 아니라 K-방산 수출 경쟁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중동 사태처럼 해외에서 방어용 미사일을 급히 요청할 경우, 평시 비축된 여유 물량을 즉시 전용해 수출하면 인도 소요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시·위기 상황에서 ‘납기 경쟁력’을 중시하는 글로벌 무기 시장에서 한국산 무기체계의 매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구상 중인 탄 뱅크가 향후 어떤 제도적 틀과 재정 지원 방식을 갖추게 될지, 그리고 실제로 어느 수준의 재고를 상시 확보하는 체계로 이어질지가 향후 논의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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