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을지연습, 실제 안보 대응능력은?…108만 시민 지킬 비상대응체계 갖췄나

전승원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8-20 15:20:28

- 108만 대도시 고양시, 민·관·군·경·소방 비상대응체계 실효성 검증 과제
- 민방공 대피·통신 두절·정전 등 복합 위기 시나리오 점검과 훈련 결과 공개해야
▲  을지연습 민방공 대피훈련에서 차량에 탑승한 어린이들이 계단을 통해 대피하도록 안내받고 있다. 실제 공습 상황이라면 차량에서 아이들을 한 명씩 내리게 하기보다 보호자가 아이를 안고 신속하게 대피하는 등 보다 현실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양특례시 제공)

[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전쟁·테러·대규모 재난 등 국가비상사태를 가정한 2026년 을지연습이 18일부터 21일까지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수도권 핵심 도시인 고양시 역시 민·관·군·경·소방이 참여해 전시 전환과 상황보고, 전시종합상황실 운영, 실제훈련, 민방공 대피훈련 등을 점검한다.

그러나 매년 반복되는 을지연습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냉정하다. 이번 훈련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시장과 간부들이 상황실에 모여 회의를 하고 사진을 남기는 모습이 아니다. 북한의 도발이나 미사일 공격이 발생했을 때 누가 판단하고, 누가 명령하며, 시민에게 얼마나 신속하게 알리고, 실제 대피를 얼마나 정확하게 유도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고양시는 108만 명이 거주하는 대도시다. 일산과 덕양을 비롯한 대규모 주거지역과 주요 도로, 철도, 산업시설 등이 밀집해 있다.

전쟁이 발생하면 군사적 공격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미사일과 드론 공격, 국가중요시설 테러, 대규모 정전, 통신망 마비, 교통체계 붕괴 등이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을 가정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행정기관이 평상시처럼 전화와 인터넷에 의존한다면 비상대응체계는 순식간에 무력화될 수 있다. 따라서 고양시가 이번 을지연습에서 점검해야 할 것은 '정상적인 상황에서의 대응'이 아니라 '통신과 전력이 끊긴 최악의 상황에서도 행정이 살아남는가'다.

특히 민방공 대피훈련은 보여주기식 행사로 끝나서는 안 된다. 사이렌이 울리고 시민들이 가까운 지하공간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훈련을 끝낼 것이 아니라, 실제 공습 상황을 가정해 대피시설의 수용인원과 접근시간, 교통통제, 취약계층 대피, 비상방송과 통신 두절 상황에서의 주민 안내까지 검증해야 한다.

인구가 밀집한 고양시에서 수만 명의 시민이 동시에 이동한다면 평상시 10분이면 갈 수 있는 대피시설도 실제 상황에서는 접근이 어려워질 수 있다.

더구나 노인과 장애인, 어린이 등 스스로 신속하게 대피하기 어려운 시민들에 대한 별도의 대책이 없다면 '대피훈련'이라는 이름 자체가 무색해진다. 대피시설이 지정돼 있다는 것과 실제로 시민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전쟁이나 대규모 테러 상황에서는 기관 간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군은 군사적 대응을 맡고, 경찰은 치안과 교통통제를 담당하며, 소방은 구조·구급과 화재 진압에 나서고, 지자체는 주민대피와 행정지원을 담당한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기관별 보고체계가 복잡하거나 지휘권이 명확하지 않다면 현장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훈련에서 기관 간 연락망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지휘 명령이 현장까지 얼마나 빨리 전달되는지, 서로 다른 기관의 판단이 충돌할 경우 누가 최종 조정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에서는 안전과 재난 대응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국가안보와 전쟁 대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가볍게 접근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현실적인 위협으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전쟁을 막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는 스스로 대비하는 것이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오래된 원칙을 지방행정에서도 적용해야 한다.

특히 대피시설 수용능력, 비상통신망, 교통통제, 취약계층 대피, 기관 간 지휘체계 등에 문제가 발견됐다면 이를 감추지 말고 공개해야 한다.

108만 시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고양시는 을지연습이 끝난 뒤 고양시가 훈련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와 개선 결과를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는지가 고양시의 실질적인 안보 대응능력을 평가하는 또 하나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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