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가 흔든 시장, '숫자'만이 믿을 만한 안전판
탁병훈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4-06 09:39:47
- 삼성전자 1분기 실적·미 물가 지표 등 이번 주 증시 향방 가를 분수령
[세계뉴스 = 탁병훈 기자] 이란과의 전쟁 리스크가 국내 증시를 거세게 흔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 한마디에 코스피와 환율이 하루 만에 방향을 바꾸는 등 공포 심리가 시장을 지배하는 가운데, 기업 실적이 주가를 떠받치는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주 초까지 국내 증시는 이란 전쟁 종전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4월 1일 코스피는 하루 만에 8% 넘게 급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군사작전 종료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전쟁이 끝나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투자심리를 자극한 영향이다. 3월 말 장중 1530원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도 일시적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불과 하루 만에 분위기는 급변했다.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석기시대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경 발언을 내놓자 시장은 다시 얼어붙었다. 확전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환율이 재차 요동쳤고, 이는 곧바로 외국인 매도 압력으로 이어졌다. 원화 가치 급락 시 외국인 입장에선 주가 하락에 환차손까지 겹치는 이중고를 겪게 되는 만큼, 위험자산 비중 축소에 나선 것이다.
실제 지난달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약 35조원을 순매도했다. 매도는 삼성전자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집중됐다. 반등했던 코스피는 다시 5300선 아래로 밀려났다가 낙폭을 일부 되돌리며 3일 종가 기준 5377.30에 거래를 마쳤다. 대외 변수에 따라 지수 방향이 수시로 뒤집히는 전형적인 변동성 장세다.
이처럼 외부 악재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오히려 ‘숫자’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시장의 불안을 완전히 잠재우기는 어렵더라도, 실적이 받쳐주는 종목은 주가 하방을 제한하는 안전판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1분기는 반도체 이익 증가율이 가장 높은 시기이며, 비(非)반도체 업종도 1분기를 저점으로 회복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실적 개선이 뚜렷한 기업의 경우 최근 조정이 중장기 투자자에게는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번 주는 국내 증시의 향방을 가를 변곡점으로 꼽힌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이란 관련 합의 시한(현지시간 7일 오후 8시)을 큰 충돌 없이 넘길 수 있을지가 1차 관건이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완화되면 과도한 공포 심리가 진정될 수 있어서다.
같은 날 발표되는 삼성전자 1분기 잠정 실적도 시장의 시선을 모으는 최대 이벤트다. 삼성전자는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이자 반도체 업황을 가늠하는 바로미터인 만큼, 실적 결과에 따라 투자 심리가 크게 출렁일 수 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이 약 40조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좋은 실적이 나오면 주가 반등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에는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연달아 발표되며 글로벌 증시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8일 공개되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9일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에 이어, 10일에는 3월 소비자물가(CPI)가 발표된다. 특히 유가 상승이 실제 물가에 얼마나 반영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CPI 결과에 따라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달라질 수 있다. 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인하 기대가 약해지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
혼란스러운 대외 환경 속에서도 전문가들은 결국 실적이 뒷받침되는 업종과 종목에 주목하라고 입을 모은다. 반도체, 방산, 전력기기, 증권, 은행, 금융지주 등이 대표적인 수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유 연구원은 “실적과 자금 흐름, 정부 정책을 종합해 볼 때 국내 증시가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유가 상승으로 물가 부담이 커진 만큼 실적 개선이 뚜렷하거나 주가순자산비율(PBR) 매력이 높은 업종이 유리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쟁 공포가 촉발한 변동성 장세 속에서 이번 주 예정된 실적과 경제지표가 투자자들의 공포를 누를 ‘숫자’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세계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