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내년 총선 앞두고 '순차 개각'
전승원 기자
news@segyenews.com | 2015-10-19 21:04:02
▲ 박근혜 대통령 |
박 대통령은 지난 5일 박종준 경호실 차장과 민경욱 대변인 등 청와대의 총선 출마자를 정리했다.
이와 같이 예상된 수순이긴 하지만 여권 내부의 관측보다 시기가 빨라졌다. 여권에선 이달 말께 개각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인사가 많았으나 박 대통령은 미국 순방(13일) 전부터 청와대 참모들에게 “순차적 개각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정치인 출신 장관들이 ‘총선 출마설’에 휘말리면서 공무원들의 업무 기강이 떨어진다는 보고가 박 대통령에게 전달되면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치인 출신 장관들 마음이 콩밭에 가 있으리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지 않느냐”며 “당장 주요 현안이 없는 장관들부터 당으로 돌려보내 당정이 새로 일할 수 있는 진용을 꾸린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과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을 비롯해 지역구 현역 의원인 장관들은 오래전부터 내년 총선 출마의사를 청와대에 전달한 상태였다.
다만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노동개혁과 내년 예산안 처리(법정시한 12월 2일)라는 숙제가 남아 있고, 황우여 교육부총리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당장 자리를 비우기 곤란해 개각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후임으로 적임자를 찾지 못해 이번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을 위한 개각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또한 총선에 출마하기 위한 공직자들의 사퇴시한(내년 1월 14일) 전까지 개각이 몇 차례 더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개각에서 발탁된 인사들은 대부분 관료 출신이다. 청와대 비서관 출신이 요직에 오른 것도 특징이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와 윤학배 해수부 차관 내정자는 모두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을 지냈다. 장차관을 모두 청와대 비서관 출신이 맡게 됐다.
기획재정부 차관을 이미 지낸 방문규 신임 보건복지부 차관 내정자의 발탁은 ‘깜짝 인사’로 받아들여진다. 경기도 수원 출신인 방 내정자는 한동안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란 얘기가 기재부 내에 파다했으나 최근에야 “출마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청와대 인사는 “방 내정자를 비롯해 이번에 발탁된 인사들은 평소 박 대통령이 눈여겨봐둔 인사들이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물러나는 인사 가운데 김재춘 교육부 차관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야권공세의 표적이 된 인사다. 2009년 영남대 교수 재직 시절 논문에 “국정교과서는 독재국가나 후진국에서만 주로 사용되는 제도”라고 쓴 것이 알려지면서다. 교육부 관계자는 “김 차관이 한 달여 전부터 주변에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한편 백승주 국방부 차관의 교체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대신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과 관련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긴 해서 일단 차관을 교체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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