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육·해·공 사관학교를 하나로 묶는다고 합동성이 생기는가

전승원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7-16 22:54:29

- 육·해·공·해병대 전문성 위에 합동성 강화로 전투력 구축해야
- 대위·소령급 장교 대상 별도 '합동군사학교' 설립 대안 제시
- 세계 주요국도 사관학교는 분리, 합동교육은 실무 경험 후 실시

▲ 육군·해군·공군·해병대가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합동작전 개념도. 세계 군사 선진국들은 사관학교 단계에서는 각 군의 전문교육을 유지하고, 장교들이 실무 경험을 쌓은 이후 별도의 합동군사교육을 통해 육·해·공·해병 전력을 하나의 전투체계로 융합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AI 이미지)

[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합동성(Jointness)은 현대전의 핵심이다. 드론, 인공지능(AI), 우주전, 사이버전이 등장한 오늘날 육군, 해군, 공군이 따로 싸우는 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육군사관학교·해군사관학교·공군사관학교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처음부터 함께 교육하면 합동성이 강화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세계 군사 선진국들의 선택은 다르다. 오히려 대부분의 국가는 사관학교는 각 군별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합동성은 장교가 일정한 실무 경험을 쌓은 이후 별도의 합동군사교육 체계에서 완성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전통의 문제가 아니라 전투력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합동성이란 '같이 학교를 다니는 것'이 아니다

합동성은 같은 교실에서 공부한다고 생기지 않는다. 육군은 지상전과 기동전이 중심이다. 해군은 함정 운용과 해양작전, 잠수함, 항모전단 운용을 배운다. 공군은 항공역학과 비행, 항공무장 운용이 핵심이다. 교육 내용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의과대학과 공과대학을 하나로 합쳐 의사를 양성할 수 없듯이, 육·해·공의 초급장교 교육도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하기 어렵다.

장교가 처음부터 배워야 하는 것은 합동작전이 아니라 자신의 군을 완벽히 이해하는 것이다.

미국은 왜 사관학교를 통합하지 않았나

미국은 세계에서 합동작전 체계를 가장 발전시킨 국가다. 하지만 지금도 육군은 웨스트포인트(West Point), 해군은 애너폴리스 해군사관학교, 공군은 미 공군사관학교를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국방부 역시 각 군 사관학교를 별도의 기관으로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합동성을 강화한 결정적인 계기는 1986년 골드워터-니콜스법(Goldwater-Nichols Act)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법이 사관학교를 통합한 것이 아니라 장교 경력 단계에서 합동교육(JPME·Joint Professional Military Education)을 의무화했다는 사실이다. 즉, 초급장교 → 각 군 전문성 확보, 중견장교 → 합동교육, 합동부대 근무 → 실제 합동지휘 경험이라는 단계적 구조를 선택했다.

합동교육은 대위 이후가 더 효과적이다

미국의 합동군사교육(JPME)은 대부분 소령(O-4) 이상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실제 부대 경험이 없는 장교는 다른 군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육군 장교가 보병대대를 지휘해 보고, 해군 장교가 함정을 운용해 보고, 공군 장교가 항공작전을 수행해 본 뒤에야 비로소 "육군은 무엇을 원하고", "공군은 무엇이 가능한지", "해군은 어떤 제약이 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미국은 장교가 실무 경험을 쌓은 뒤 합동군사교육을 실시한다.

한국도 다른 접근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도 굳이 사관학교를 통합하지 않아도 합동성을 높일 방법은 충분하다. 예를 들어 육사·해사·공사는 그대로 유지한다. 대위 진급 시 6개월~1년 과정의 합동군사학교를 신설한다.

교육 대상은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장교 전원이다. 여기서 합동작전, 합동지휘, 드론전, AI 전장, 우주전, 사이버전, 연합작전을 집중 교육한다.

교육을 마친 장교만 합동참모본부, 합동부대, 국방부, 전략사령부, 드론사령부 등으로 진출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합동성을 제도로 만드는 것이다.

캐나다 사례도 시사점을 준다

캐나다는 군 통합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국가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최근 군사교육 검토에서는 군사대학을 유지하면서 장교 양성과 전문성 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을 권고했다. 단순한 조직 통합보다 장교 전문성과 통합된 교육과정을 함께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이다.

이는 '통합' 자체보다 어떻게 전문성과 합동성을 균형 있게 설계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합동성은 학교가 아니라 문화다

현대전은 합동전이다. 그러나 합동성은 사관학교 건물을 하나로 만든다고 생기지 않는다. 합동성은 같은 학교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같은 작전을 수행하면서 만들어진다.

같은 교실보다 같은 전장을 경험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육군은 육군답게, 해군은 해군답게, 공군은 공군답게 키운 뒤 장교 경력 중반부터 합동군사교육을 통해 하나의 전투체계로 묶는 것.

세계 군사 선진국들이 선택한 길도 바로 이것이다. 사관학교 통합 논의는 행정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와 직결된 문제다.

전쟁은 육·해·공이 함께 치르지만, 전문성은 따로 배우고 합동성은 함께 익히는 것이 현대 군사교육의 세계적 흐름이다.

따라서 한국 역시 '사관학교 통합'이라는 상징적 개편보다 각 군의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대위 또는 소령급 장교를 대상으로 한 별도의 합동군사학교를 설립해 체계적인 합동교육을 실시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합동성은 출발선에서 모두를 같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전문성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뒤 하나의 전투력으로 융합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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