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뉴스] 권태우 기자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의 마지막 관문인 '주식매수청구권'의 벽을 무사히 넘었다. 이에 따라 올 9월 1일 '통합 삼성물산'은 예정대로 출범한다.
삼성물산은 지난 6일 자정까지 주주들로부터 주식매수청구권을 받은 결과 총 1171만730주(지분율 7.5%)가 접수됐다고 7일 공시했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를 상대로 자신의 주식을 사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다. 주식 매수 청구 대금은 회사 측이 제시한 매수 가격(5만7234원) 기준으로 6702억원이다. 제일모직은 주식매수청구권 접수 결과 딱 1주(15만6493원)가 들어왔다.
합병 발표 당시 두 회사는 '주식 매수 청구 규모가 1조5000억원을 초과할 경우 합병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하지만 실제 들어온 주식매수 청구액 규모는 이 한도의 45% 선에 그쳤다. 주식 매수 청구에 대비해 삼성물산은 1조원, 제일모직은 5000억원을 각각 마련했었다.
◇ 엘리엇과 일성신약 외 청구권 행사는 거의 없어
업계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해 온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일성신약이 주식 매수 청구액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보유 지분 7.12% 중 합병 발표 이전에 확보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4.95%) 대부분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성신약도 보유 지분 2.37%를 처분했다. 일성신약은 이날 청구권 행사 사실을 공시하면서 매수 가격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들을 제외하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외국인 투자자와 국내 투자자 지분은 0.18%에 불과했다. 지난달 17일 합병안 결의 주총 당시에는 25.82%의 주주들이 합병에 반대했지만, 실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지분은 7.5%밖에 되지 않은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주식시장에서 거래할 때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점 때문에 합병 반대 주주들이 처분을 꺼린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는 장외 거래에 해당하기 때문에 양도 차익의 22%를 양도소득세로 내야 한다. 증권거래세도 장내 거래 때보다 더 많이 부과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물산 주가가 주식 매수 청구 가격 아래로 내려왔지만, 1주일 전만 해도 더 높은 주가를 유지했다"며 "차라리 장중에 파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적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액 주주들 사이엔 합병 시너지를 기대하는 심리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개인 주주는 "합병에는 반대했지만, 주식매수청구권 기준 금액이 주식을 산 가격(7만원대)에 비해 턱없이 낮아 행사를 할 수 없었다"며 "다양한 시너지로 주가를 올리겠다는 삼성 측 발표를 믿고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 주가 유지, 법적 분쟁 등 숙제 남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법인인 '통합 삼성물산'은 다음 달 1일 출범한다. 다음 달 14일에는 '통합 삼성물산' 신주(新株)가 배포된다.
두 회사는 가까스로 합병에 성공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적잖다. 통합 삼성물산은 글로벌 의식주휴(衣食住休)와 바이오 선도 기업이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5년 뒤 목표 매출(60조원)은 지난해(33조6000억원)보다 2배 가까이 높게 잡았다. 서로 다른 성격의 사업 조직들을 통폐합해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시너지를 낼 수 있느냐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합병 후 주가 유지도 통합 삼성물산의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주총을 앞두고 소액 주주들의 집까지 찾아가 "합병이 돼야 주가가 오른다"고 설득한 만큼 합병안이 주총을 통과한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는 주가에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두 회사의 합병을 반대해 온 엘리엇의 '합병 결의 무효 소송' 등 법적 분쟁도 통합 삼성물산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저작권자ⓒ 세계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