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20km 안보적 거리, 세종 이전이 던지는 진짜 질문
전승원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9-03 12:06:23
[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단순한 지도상의 숫자 배치가 아니다. 평양을 기점으로 남쪽을 바라볼 때, 서울과 세종 사이의 '120km'라는 거리는 한국 현대 정치사와 국토 전략이 응축된 상징적 격차다.
최근 대통령실과 국회의 세종시 이전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대부분의 논의는 '수도권 과밀화 해소'나 '국토 균형발전', 혹은 행정 분절에 따른 '효율성'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소비된다. 그러나 이 이전을 북한이라는 존재와 한반도의 지형학적 조건에 대입해 보면, 전혀 다른 차원의 국가 안보적 전략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서울은 휴전선에서 불과 40~50km 떨어져 있다. 북한의 장사정포 사정권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으며, 유사시 국가 최고 통치권자와 입법부가 위치한 핵심 거점이 초동 단계에서 무력화될 수 있다는 안보적 취약성을 늘 안고 있었다. 반면 휴전선에서 160km 이상 떨어진 세종시는 지정학적 심층부에 위치한다. 국가 지휘부의 생존성을 확보하고, 유사시 상시적인 국정 수행 연속성(Continuity of Government)을 담보할 수 있는 최적의 지리적 방파제인 셈이다.
역사적으로 수도의 위치는 국가의 생존 전략과 궤를 같이했다. 조선 건국 당시 한양 도읍 지정이 군사적·풍수적 배후지를 고려한 선택이었듯, 21세기 대한민국이 국정의 중추를 세종으로 옮기는 것은 표면적인 '균형발전'을 넘어 '안보 지형의 재편'을 의미한다. 국가 통치 기능의 남하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국가 핵심 헤드쿼터를 격리하는 군사·안보적 이점을 자연스럽게 부속물로 획득한다.
물론 세종 이전의 명시적 깃발은 여전히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다. 하지만 안보적 안전지대로의 이동이라는 잠재적 실익이 더해질 때, 행정수도 완성론은 비로소 국토 효율성과 국가 안보라는 두 가지 축을 동시에 받치는 정당성을 얻는다.
평양에서 120km 더 멀어진 세종시. 그 거리는 단순히 공무원들의 이동 거리가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시스템이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만드는 지형학적 안전판의 거리이자, 미래를 향한 국토 재배치의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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