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트럼프 불만 나오자 호르무즈 '군사적 기여' 검토…뒤늦은 안보 대응 논란
전승원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8-18 14:50:45
- 한미연합훈련 축소 직후 군사적 기여 검토…"국익보다 미국 눈치 보기" 비판
- 호르무즈 해협 안정·우리 선박 보호 목적이라면 선제적 대응했어야…뒷북 논란
[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공개적인 불만 표출 직후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항행과 관련한 '군사적 기여 방안'을 미국 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사용해온 '실질적 기여'라는 표현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군사적 기여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이란 관련 기여가 부족하다는 취지의 발언과 함께 한미연합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힌 직후 나온 입장이어서, 미국의 압박에 정부가 뒤늦게 대응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불만 직후 '군사적 기여' 공식화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정부는 이란에서의 휴전과 호르무즈 해협 자유 통항 회복을 위한 국제사회의 논의에 적극 참여해 왔다"며 "한반도 대비 태세와 국내법 절차 등 제반 요인을 감안해 실질적, 군사적 기여 방안을 미측과 긴밀히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문제와 관련해 '군사적 기여'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정부는 지난 4월 이재명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해상 항행의 자유 이니셔티브' 화상회의에서 "항행 자유 보장을 위해 실질적인 기여를 하겠다"고 밝힌 이후 외교적·군사적·인도적 방안을 모두 포함할 수 있는 '실질적 기여'라는 표현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대응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자 정부가 군사적 기여 가능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입장이 달라졌다.
트럼프 "한국, 이란 비핵화 동참 사양"…한미훈련 축소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란의 비핵화 노력에 동참할 의향을 물었지만 한국이 "사양하겠다"고 답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이어 한국과의 연합훈련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고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을 미국이 부담하고 있다며 미 국방장관에게 한미연합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중동 관련 기여와 방위비 문제를 한미연합훈련 문제와 연결한 셈이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축소 지시가 알려진 날은 전구급 한미연합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가 시작된 날이다.
다만 군 당국은 현재까지 미국 측으로부터 구체적인 훈련 축소 요구를 전달받은 것은 없으며, UFS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군사적 기여, 어디까지 갈까
정부가 검토하는 군사적 기여 방식으로는 해상초계기와 군수지원함, 기뢰탐지 장비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 해외파병이 이뤄지려면 국회의 파병 동의 등 국내법상 절차가 필요하다. 장병 안전 문제와 이란과의 외교적 마찰, 한반도 대비태세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가 '군사적 기여'를 언급했다고 해서 곧바로 전투병력이나 군함 파견이 결정됐다고 볼 수는 없다.
문제는 왜 지금이냐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 선박과 에너지 수송로의 안전과 직결된 핵심 해상교통로다. 한국의 국익과 우리 선박 보호라는 명확한 목적이 있었다면 정부가 미국 대통령의 공개적인 불만이 나온 뒤에야 군사적 기여 방안을 구체화할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대응책을 마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익보다 미국 눈치"…정부 대응에 비판
이번 정부의 대응을 두고 일각에서는 "국익에 따른 선제적 판단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대한 뒷북 대응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한미연합훈련 축소라는 안보 현안과 호르무즈 군사적 기여 문제가 사실상 같은 날 맞물리면서, 정부가 미국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군사적 기여 카드를 꺼내 든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우리 선박과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군사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노골적으로 표출되기 전에 먼저 결단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반대로 미국의 요구에 대한 부담 때문에 군사적 기여를 결정한다면 이 역시 문제다. 해외파병은 미국 대통령의 요구를 달래기 위한 외교적 카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익과 국민의 안전을 기준으로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파병 여부 자체가 아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안보와 국익에 관한 중요한 결정을 스스로 판단하고 있는지, 아니면 미국의 반응을 살핀 뒤 뒤늦게 움직이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과 한미동맹은 별개의 사안이 아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군사적 행동이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따라 좌우돼서도 안 된다. 안보는 눈치를 보다가 뒤늦게 대응하는 영역이 아니다.
[ⓒ 세계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