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나토에 '방산 파트너십 2.0' 제안…"R&D·생산·운용까지 함께하자"

정서영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7-07 23:31:54

- 나토와 무기체계 기술 표준·상호운용성 강화 목표 '한·나토 방위산업' 파트너십 2.0 제안
- 캐나다 잠수함 수주 실패 후 '나토 장벽' 넘기 위한 서방 안보·군수 협력 심화 시도

▲ 이재명 대통령이 7일 튀르키예 앙카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산포럼 네 번째 세션에서 '대한민국과 나토의 방위산업 연대'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세계뉴스 = 정서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상대로 무기 수출을 넘어 연구개발(R&D)과 생산, 무기체계 운용까지 포괄하는 ‘전방위 방산 협력’을 제안하며 서방 안보 네트워크 속으로 한층 깊이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세계 최대 방산 시장인 나토를 상대로 ‘K방산 세일즈’에 그치지 않고, 기술 표준과 공급망까지 공유하는 실질적 안보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초청국 자격으로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양자 면담을 진행했고, 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IP4) 정상이 참여한 소인수 회담에도 나섰다.

이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공식 부대행사인 방산포럼 네 번째 세션에서 ‘대한민국과 나토의 방위산업 연대’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한국과 나토가 민주주의, 자유, 평화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무기를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것과 함께 글로벌 공급망을 얼마나 견고하게 유지하는지가 억제력의 본질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와 무기를 생산하는 산업 현장이 곧 국가안보의 최전선”이라고 규정하며 방산을 안보의 핵심 인프라로 못박았다.

이 대통령은 이미 폴란드, 독일 등 나토 회원국과 맺고 있는 협력 관계를 언급하며 “대한민국의 안정적인 생산 역량과 검증된 기술력이 나토의 오랜 노하우와 합쳐진다면 양측의 안보 역량은 지금보다 훨씬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행동은 더 과감해야 하고 협력은 더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며 ‘한·나토 방위산업 파트너십 2.0’을 공식 제안했다.

한국과 나토는 앞서 2024년 무기체계 기술 표준과 상호운용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방산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이 이번에 제시한 ‘2.0’ 구상은 이를 한 단계 확장해, 한국이 나토 회원국에 무기를 공급하는 단순 공급자에 머무르지 않고 공동 연구개발, 생산, 운용까지 함께하는 실질적 동반자로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계기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의 회동에서도 방산 공동 R&D 및 생산을 제안한 바 있다. 그는 나토 연단에서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이 전략 비축유를 공동 관리하며 에너지 위기에 함께 대응하듯, 방위산업에서도 이런 지혜가 발휘되는 방안을 함께 만들어가길 기대한다”고 말해, 방산 분야에서도 ‘공동 비축·공동 대응’ 체계를 모색하자고 촉구했다.

이번 제안은 6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에서 한국이 고배를 마신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해진다. 당시 패인으로 지목된 ‘나토 장벽’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분석이다. 캐나다는 나토 회원국으로, 경쟁사였던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는 나토 핵심국의 대표 방산업체다.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잠수함 수주 실패 소식이 알려진 뒤 SNS에 “이번 결과는 기술력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는 현실을 보여줬다”며 “안보 동맹과 군수 상호운용성의 역사적 무게를 실감했다”고 적었다. 단순 성능 경쟁을 넘어, 나토 내에서 축적된 무기체계 상호 호환성과 공동 운용 경험이 수주 결과를 가른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인식이다. 나토는 기술 표준을 공유한 회원국의 방산 물자를 우선 사용하는 것이 원칙에 가깝다.

정부 관계자는 “나토 방산시장에 진입하려면 기술 표준이 일치해야 한다”며 “나토 입장에서도 K방산 제품이 필요하니 기술 표준을 함께 맞춰나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즉 한국이 나토의 기술·운용 표준에 적극 맞춰 들어가고, 나토는 그 대가로 K방산을 자국 체계에 본격 편입하는 ‘상호 이익 구조’를 만들자는 제안이라는 의미다.

다만 한국은 나토 비회원국인 만큼, 나토가 어느 수준까지 기술 공유와 공동 운용, 공동 생산에 문을 열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영국·프랑스 등 핵심 회원국 중심으로 짜인 기술·정보 공유 체계에 한국이 어느 범위까지 편입될 수 있을지, 또 나토 내부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둘러싼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어떻게 조율될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라는 최상위 외교 무대에서 방산 R&D, 생산, 운용까지 아우르는 ‘방위산업 파트너십 2.0’을 정식으로 제안한 것은, K방산을 단순 수출 산업이 아닌 서방 안보 질서의 한 축으로 격상시키겠다는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동시에 캐나다 잠수함 사업 실패가 드러낸 ‘동맹·표준·상호운용성’의 벽을 넘기 위해, 한국이 기술·규범 측면에서 서방과의 결속을 한층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 세계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