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은 자유민주주의 수호 조치" 우방 설득 시도 의혹…김태효 전 1차장 구속
차성민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7-10 17:20:34
- 특검, 국정원·CIA 라인까지 수사 확대…수사 기간 연장 땐 내달 말까지 이어질 전망
▲ 김태효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
[세계뉴스 = 차성민 기자] 김태효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이 12·3 비상계엄 당시 미국 등 주요 우방국에 계엄의 정당성을 알리는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한 혐의로 구속됐다. 특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 여부를 겨냥한 수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향후 국정원과 미국 중앙정보국(CIA) 라인으로까지 수사가 확대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부동식 내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0일 김 전 차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권창영 2차종합특별검사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전 차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내란중요임무종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다.
특검에 따르면 김 전 차장은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외교부 공무원을 통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 우방국 정부에 계엄 조치를 옹호·정당화하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당시 대외 설명용 문건에는 “이번 조치는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것”, “헌법 테두리 내에서 정치적 시위를 한 것”이라는 표현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계엄을 ‘헌법 질서 수호를 위한 합법적 조치’로 포장해 국제사회 우려를 누그러뜨리려 했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특검팀은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후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김 전 차장을 통해 계엄 선포 배경을 우방국에 설명하도록 직접 지시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특검은 지난 4월 김 전 차장의 자택과 대학 연구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관련 문건과 통신 기록 등을 확보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왔다.
이번 수사는 지난해 1월 제기된 정동영 현 통일부 장관의 폭로에서 출발했다. 정 장관은 당시 김 전 차장이 계엄 해제 직후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 후임인 필립 골드버그 당시 주한 미국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입법 독재로 한국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망가뜨린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기 위해 계엄이 불가피했다”고 강변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계엄을 국내 정치세력 척결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을 키웠다.
김 전 차장은 골드버그 대사와 통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정 장관의 주장과는 결이 다르다고 반박해왔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 약 1시간 뒤 골드버그 대사의 전화를 받은 것은 맞지만, “같이 상황을 지켜보자”고만 말한 뒤 통화를 짧게 마무리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특검은 이 통화 전후로 외교 채널을 통한 조직적인 메시지 전달이 있었는지, 청와대와 국가안보 라인의 개입 범위가 어디까지였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김 전 차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외교·안보 라인의 핵심 실세로 꼽혀왔다.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외교·안보 전략을 설계한 인물로, 집권 후에는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을 맡아 한미일 안보협력과 대북·대중 전략 등 주요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윤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을 거쳐 파면되고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모 대학 교수로 복직해 강단에 서 왔다.
김 전 차장의 신병이 확보되면서 특검 수사는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특검은 계엄 정당화 메시지가 국가안보실을 넘어 정보기관 라인까지 공유·전파됐는지 여부를 추가로 추적하고 있다. 앞서 국가정보원이 국가안보실로부터 관련 문건을 전달받은 뒤 미국 중앙정보국(CIA) 측 책임자에게 같은 취지의 설명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과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지시나 보고 체계가 어떻게 구성됐는지를 조사 중이다. 국가정보원이 단순 전달 창구였는지, 아니면 계엄 정당화 전략 수립에 주도적으로 관여했는지가 향후 수사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특검의 공식 수사 기한은 이달 24일까지다. 다만 국회에는 수사 기간을 30일 연장하는 내용의 특검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어, 통과될 경우 수사는 내달 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차장 구속을 계기로 수사 범위가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한 당시 청와대·국정원 최고위 인사들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세계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