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과학연구소 중심의 물리·화학 감식과 두바이 현장 조사 병행을 통한 공격 주체 규명 작업
[세계뉴스 = 정서영 기자]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국적 컨테이너선이 공격을 받은 사건과 관련해, 정부가 현장에서 수거한 미상 비행체 잔해를 국내로 들여와 정밀 분석에 착수했다. 이 잔해는 공격에 사용된 비행체의 기종과 공격 주체를 가를 핵심 단서가 될 전망이다.
외교부는 15일 “잔해는 아랍에미리트(UAE) 정부와 협의를 거쳐 항공편으로 국내에 도착했다”며 “전문기관에서 정밀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에 따르면 잔해는 외교행낭 형태로 아부다비발 인천행 민항기를 통해 운송됐으며, 도착 직후 국방과학연구소(ADD)로 이송됐다.
ADD는 해당 잔해에 대해 분해 작업을 포함한 물리·화학적 감식을 진행해 비행체의 구조와 성능, 사용된 연료와 재료 등을 면밀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확보된 잔해는 비행체의 엔진 부위로 알려져 있어, 추진 방식과 제작 기술 수준, 사용 국가 또는 단체를 추정하는 데 결정적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조사는 이달 4일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 중이던 한국 선박 ‘HMM 나무호’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현장 조사 결과 선박은 미상 비행체 2발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선체 일부가 파손되고 화재가 발생했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
정부는 국내로 들여온 잔해 분석을 통해 공격에 사용된 비행체가 드론(무인기)인지, 미사일인지 등 기종을 우선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비행체의 종류와 사거리, 유도 방식 등이 확인되면 공격 주체의 범위도 상당 부분 좁혀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중동 해역에서 상선과 유조선을 겨냥한 무인기·미사일 공격이 잇따른 만큼, 이번 사건도 유사 유형의 공격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잔해를 보다 전문적으로 분석하려면 분해 작업과 함께 물리·화학적 검사가 필요하다”며 “국방부 내 조사 전문기관이 잔해를 철저히 조사해 여러 사항을 밝혀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분석 과정에서 탄두 잔여물, 폭발 흔적, 전자장비 부품 등이 확인될 경우, 사용된 무기 체계와 공급망까지 추적이 가능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정부는 ADD의 실험실 분석과 병행해 현장 감식도 이어가고 있다. HMM 나무호가 예인된 UAE 두바이에는 국방과학연구소 전문가 등이 포함된 국방부 기술분석팀이 파견돼 선체 파공 상태, 폭발 방향, 파편 분포 양상 등을 정밀 조사 중이다. 선체 외판의 휘어짐과 찢김 형태, 그을음과 파편의 위치는 공격 각도와 거리, 폭발력 추정에 중요한 단서로 활용된다.
이번 공격의 배후로는 이란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다만 정부는 공식적으로 특정 국가를 지목하는 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고위당국자는 “이란 외 다른 주체에 의한 공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상식적으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언급하면서도, “공격 주체가 최종 확인되면 그에 상응하는 외교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잔해 분석과 현장 조사 결과를 종합해 공격 주체와 책임 소재를 규명한 뒤, 관련국과의 외교 채널을 통해 항의 및 재발 방지 조치, 손해 배상 문제 등을 단계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을 비롯한 중동 해역을 운항하는 한국 선박에 대한 안전 대책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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