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성칸나비노이드 21종·필로폰 전국적 사용 추정…2026년 조사 대상·지역 대폭 확대
[세계뉴스 = 차성민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전국 하수를 정밀 분석한 결과 메트암페타민(필로폰)을 비롯해 코카인·MDMA(엑스터시)·케타민 등 이른바 ‘클럽 마약’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정황이 드러났다. 특히 할로윈 기간 유흥시설 밀집지역 인근 하수에서는 평소와 다른 종류의 마약류가 집중적으로 검출돼, 특정 시기·장소를 중심으로 한 일시적 마약 사용이 적지 않다는 점이 확인됐다.
식약처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 불법 마약류 사용 실태조사 결과와 2026년 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식약처는 “수사 결과만으로는 파악이 어려운 실제 사용 양상을 보완하기 위해 2020년부터 전국 하수 시료를 채취·분석해 왔다”며 “올해는 조사 지점과 분석 대상 물질을 대폭 확대해 마약류 사용 실태를 보다 정밀하게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하수처리장뿐 아니라 상위배수분구와 인구 밀집 유흥지역까지 조사 범위를 넓힌 것이 특징이다. 상위배수분구는 여러 지역의 하수가 모이는 중간 규모 구역으로, 실제 사용 지점과 물리적 거리가 더 가깝다. 식약처는 “하수처리장까지 내려오는 과정에서 하수가 희석되거나 처리시설에서 약물이 소실될 수 있다”며 “사용 지점에 최대한 근접한 곳에서 시료를 확보해 검출 민감도를 높였다”고 밝혔다.
하수처리장 시료는 불순물 침전이나 약품 처리로 인한 마약류 소실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침사지 통과 전 유입수를 채취했다. 조사 대상은 전국 인구의 절반 이상을 포괄하도록 17개 시·도별 최소 1곳 이상, 일일 10만 톤 이상 처리 규모의 하수처리장 34곳이다.
상위배수분구는 서울(대도시), 인천(항만 도시), 광주·전남 지역(지방 도시) 등 인구·경제 규모가 크고 유흥시설이 밀집한 3개 도시 16개 지점을 선정해 시범 조사했다. 인구밀집지역 조사는 할로윈 기간 유흥시설 인근 하수 10개 지점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특정 시기 불법 마약류 사용 패턴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다.
채수 방식도 바뀌었다. 2024년까지는 자동채수기를 이용해 1시간 간격으로 24시간 시료를 모았지만, 하수 내 이물질로 인한 장비 고장과 시료 희석 문제가 제기됐다. 올해는 불법 마약류 사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말 심야·새벽 시간대에 조사원이 직접 시료를 채취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분석 대상 마약류는 2024년까지 15~22종에서 2025년 243종으로 대폭 확대됐다. 여기에 고분해능 분석장비를 활용해 표준물질이 없어도 미지의 화학구조를 탐지하는 비표적 분석도 도입해, 새롭게 등장하는 신종 마약류까지 포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조사 결과, 하수처리장·상위배수분구·인구밀집지역 전체 시료에서 불법 마약류 31종과 졸피뎀 등 의료용 마약류 25종이 검출됐다. 불법 마약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마약류 28종과 임시마약류 3종으로 확인됐다. 검출된 불법 마약류 종류는 2020년 5종에서 2025년 31종으로 크게 늘었다.
메트암페타민(필로폰)은 2020년 이후 매년 검출돼 온 대표적인 불법 마약류로, 올해도 하수처리장·상위배수분구·인구밀집지역 모든 지점에서 확인됐다. 하수처리장 검출량을 기준으로 한 전국 평균 사용 추정량은 1,000명당 하루 85mg으로 추산됐다. 이는 유럽연합 마약감시기구(EUDA)가 공개한 자료를 기준으로 미국(시애틀 2,109mg), 호주(1,518mg), 체코(1,175mg)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다만 식약처는 “국제 비교 시 분석 지점과 인구, 배출계수 등 조건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많이 검출된 불법 마약류는 대마와 유사한 효과를 내는 합성칸나비노이드 계열(21종)이었다. 이들 물질은 하수처리장, 상위배수분구, 인구밀집지역 모든 지점에서 확인됐다. 대검찰청 ‘2024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합성칸나비노이드는 젊은 층 사이에서 유흥업소 등을 중심으로 소비되며, 매년 향정신성의약품 사범 중 밀매·투약 사범 비중이 높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의 신종 마약류 조기경보(EWA)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신종 마약류 가운데 합성칸나비노이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케타민 역시 2022~2024년에 이어 올해도 하수처리장과 인구밀집지역에서 연속 검출됐다. 최근 대량 밀수 적발 사례가 잇따른 가운데, 실제 국내 유통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하수 분석 결과가 뒷받침한 셈이다.
채수 지점별로 검출 양상도 달랐다. 하수처리장에서는 11종, 상위배수분구에서는 18종, 인구밀집지역에서는 8종의 불법 마약류가 검출됐다. 상위배수분구에서 더 다양한 종류의 마약류가 나온 것은 하수처리장에 비해 희석 정도가 낮고, 실제 사용 지점과의 거리가 더 가깝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할로윈 데이 심야·새벽 시간대에 유흥시설 인근 인구밀집지역 하수를 분석한 결과, 평소에는 하수처리장이나 상위배수분구에서 검출되지 않던 코카인, MDMA, 케타민 등 ‘클럽 마약’ 8종이 검출됐다. 같은 지역을 일반 주말에 추가 조사했을 때는 클럽 마약을 포함한 4종만 검출돼, 특정 행사나 시기에 따라 사용되는 마약류 종류와 양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식약처는 이번 결과를 토대로 2026년 마약류 사용 실태조사를 한층 확대·정교화할 계획이다. 우선 상위배수분구 조사지역을 현재 3개 도시에서 6개 도시로 늘리고, 인구밀집지역 하수가 유입되는 상위배수분구와 유흥시설 인근 등 마약류 사용 가능성이 높은 지점을 중심으로 채수 지점을 재편한다. 특정 시기 사용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인구밀집지역 조사는 1곳에서 3곳으로 확대한다.
전국 연도별 마약류 사용 경향을 파악하기 위한 하수처리장 조사는 계속 이어간다. 기존 34개 하수처리장을 17개소씩 나눠 2년 주기로 순환 조사하는 방식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하수 분석은 실제 사용량과 패턴을 익명·집단 단위로 파악할 수 있는 과학적 수단”이라며 “수사·단속 자료와 함께 종합해 마약류 수요 차단과 정책 수립에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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