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뉴스 = 조홍식 기자] 대선을 앞둔 종교단체의 ‘정치적 영향력’ 논란은 낯설지 않다. 그러나 최근 특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통일교 관련 정황은 여러모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특정 종교가 선거 국면에서 여야 정치권을 넘나들며 존재감을 키우려 한 것은 아니냐는 의혹이다.
민중기 특별검사팀 수사에 따르면,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은 2022년 2월 28일 통일교 핵심 간부와의 통화에서 교단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기록됐다. 한 종교 단체가 대선 국면에서 ‘결정적 변수’를 자처한 셈이다. 이 발언은 통일교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조직력과 연결망을 스스로 신뢰하고 있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특검팀이 특히 주목하는 대목은 윤 전 본부장의 ‘여야 동시 접근’ 정황이다. 그는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양측 대선 후보 진영과 접촉했다고 주장하며, 교단의 ‘평화주의 노선’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특검은 그 과정에서 통일교와 국민의힘 간 유착 가능성이 있었는지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한반도 평화 서밋’ 행사에서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을 초청했고, 이를 계기로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주선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이 만남이 통일교가 정치권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시도로 이어졌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에게 접근했다는 진술 역시 수사의 한 축이다. 윤 전 본부장은 특검에 제출한 자필 진술서에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등 일부 인사에게 통일교 측 자금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명품 시계 등 금품 제공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특검은 뇌물죄와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통일교 측은 윤 전 본부장의 ‘독단적 일탈’이라며 조직적 개입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특검은 윤 전 본부장이 교단의 실질적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한학자 총재의 뜻을 받들어 국민의힘과의 관계 강화를 추진했다는 진술과 정황도 폭넓게 확인 중이다.
종교의 정치 개입은 단순한 도덕적 논란을 넘어선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공정성과 투명성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이번 특검의 결과가 어디로 향하든, 종교·정치권·시민사회가 다시 한 번 경계선을 점검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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