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연 6,500억 원 넘는 '공공투자' 효과"…국민 10명 중 7명 "국가·지자체가 부담해야"

차성민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10-22 11:32:13

- 초고령사회 진입 속 도시철도 무임수송 연간 6천506억 원 사회적 편익 창출
- 운영기관 적자 급증 전망 속 재원 부담 주체로 중앙정부·지자체 요구 여론 우세
▲ '도시철도 무임수송제도 지속가능 방안 마련 연구용역' 최종보고서 표지. 

[세계뉴스 = 차성민 기자] 도시철도 노인 무임수송 제도가 단순한 운임 감면을 넘어 연간 6천500억 원이 넘는 사회적 편익을 창출하는 '공공투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급격한 고령화로 제도 유지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민 다수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정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교통공사는 22일 '도시철도 무임수송제도 지속가능 방안 마련 연구용역' 최종 보고회를 열고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용역은 서울을 포함한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공동 발주했고, 대한교통학회가 지난 7월 착수 이후 약 4개월간 수행했다.

보고서는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도시철도 재정 위기를 진단하는 한편, 대국민 인식조사와 노인 무임수송의 사회적 가치 분석을 토대로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 대안과 시나리오별 재정 효과를 제시했다.

연구에 따르면, 도시철도 노인 무임수송으로 어르신의 외부 활동이 촉진·유지되면서 발생하는 사회적 편익은 2025년 기준 연간 6천506억 원으로 추산됐다. 분야별로는 건강 분야 편익이 3천386억 원으로 가장 컸다. 세부적으로 자살 예방 1천421억 원, 우울증 예방 742억 원, 주요 질환 감소 861억 원, 장기 요양 진입 감소 198억 원, 병원 방문 시간 절감 163억 원 등이 포함됐다.

교통·환경 분야 편익은 2천293억 원으로 분석됐다. 차량운행비 절감 1천585억 원, 교통사고 감소 549억 원, 환경오염 저감 159억 원 등이다. 지역 상권 소비 활성화 등 경제 분야 편익도 82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무임수송은 단순한 요금 할인 정책이 아니라, 국가 복지 재정 절감 효과까지 고려하면 충분한 수익을 돌려주는 '공공투자'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회적 가치는 고령화 속도에 비례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보고서는 무임수송에 따른 사회적 편익이 2035년에는 8천983억 원, 2050년에는 1조 598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데이터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화율은 2025년 21.2%, 2030년 25.3%, 2040년 34.3%, 2050년 40.1%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사회적 편익 확대와는 별개로, 제도 유지 비용 부담은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재정 악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장래 재무전망 분석 결과,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합계 당기순손실은 2025년 1조 4천821억 원에서 2030년 1조 9천139억 원, 2050년에는 3조 1천486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재원 부담 주체를 둘러싼 국민 인식은 명확했다. 대한교통학회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2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3.6%는 국가와 지방정부가 무임수송 제도의 재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중앙정부가 주로 부담해야 한다"는 응답이 41.7%,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응답이 31.9%였다.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응답은 9%에 그쳤다.

제도 존치 여부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1.5%가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보통"이라는 응답은 24.1%,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24.4%로, 유지 필요성을 인정하는 여론이 우세했다.

해외 주요 선진국의 경우, 정부가 결정한 교통 복지 목적 운임 감면에 대해 국가 또는 지자체가 손실을 전액 또는 분담 보전하는 원칙을 이미 확립한 것으로 조사됐다. 프랑스는 교통조세(Versement Mobilité)와 지방정부 재정을 통해 감면 손실을 보전하고, 독일은 법령에 따른 교통약자 할인 손실을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나눠 부담한다. 영국도 노인 무임승차 제도로 발생하는 운영기관의 수입 감소분을 런던교통공사(TfL) 등 지방교통청이 전액 보전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대한교통학회는 정부가 도시철도 비수혜 지역과 다른 교통 복지 사업 간 형평성을 이유로 무임수송 국비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미 부처별로 다양한 이동권 보장 및 교통 복지 사업에 국비가 투입되고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리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의 '모두의 카드',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형 교통모델, 고용노동부의 중증장애인 근로자 교통비 지원, 해양수산부의 도서민 여객선 운임 지원 등 각종 교통 복지 정책이 시행 중이다. 학회는 "정책 간 형평성과 지원의 일관성 차원에서 도시철도 무임수송에 대한 국비 지원 타당성을 재검토하고, 합리적인 지원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 정책 대안도 제시했다. 우선 노인 무임수송이 '노인복지법' 등에 근거한 복지 서비스이자 국민 이동권 보장과 직결된다는 점을 고려해,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관계 부처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부처별 역할을 명확히 하고, 지원 대상과 이용 실적에 기반한 비용 산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인 무임수송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는 방안도 주요 대안으로 제시됐다. 연령 상향에 따른 장래 수요 변화와 재정 영향을 추정한 결과, 기관별 차이는 있으나 완전자본잠식 시점을 최대 2년가량 늦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 2033년 완전자본잠식에 들어가지만, 무임수송 연령을 70세로 올릴 경우 그 시점이 2034년으로 1년 미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보고서는 연령 상향만으로는 재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비 지원을 포함한 재원 분담 체계 개편과 제도 합리화가 병행돼야 무임수송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영희 서울교통공사 기획본부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무임수송제도 유지를 위한 공공 재정 투자는 충분한 경제적 타당성을 갖는 정책적 선택으로 평가됐다"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국회와 정부 등 주요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고,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합리적인 재원 분담 체계와 제도의 지속가능성 확보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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