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란드·노르웨이·에스토니아 이어 중동까지 확산되는 '풀패키지·현지생산' 수출 모델
[세계뉴스 = 탁병훈 기자] '천무'가 한국형 다연장로켓의 새로운 위상을 써 내려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천무를 두고 "많이 쏘는 무기에서 멀리, 정확하게 타격하는 무기로 진화했다"고 평가했다. 단순 화력 투사에 머물던 다연장로켓을 장거리 정밀타격 플랫폼으로 끌어올렸다는 의미다.
천무는 적의 핵심 지역을 단시간에 타격하도록 설계된 국산 다연장로켓체계다. 여러 발의 로켓을 한꺼번에 발사하는 다연장로켓의 특성에 정밀유도 기술과 장거리 타격 능력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교육·기술지원·군수지원까지 포괄하는 '토털 패키지' 사업 수행 능력이 더해지며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가장 큰 강점은 하나의 발사체계에서 다양한 탄종을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130㎜ 구룡 로켓과 최대 사거리 80㎞급 230㎜ 유도탄은 물론, 최대 사거리 160㎞, 290㎞급, 나아가 그 이상의 유도탄까지 함께 운용하는 구성이 가능하다. 작전 환경과 타격 목표에 따라 고객이 필요한 화력을 조합해 선택할 수 있는 '멀티 플랫폼'인 셈이다.
천무는 '양보다 질'에 초점을 맞췄다. 무조건 많은 탄을 쏘기보다 필요한 표적을 정확하게 타격하는 개념으로 개발됐다. 유도탄에 정밀유도 기술을 적용해 장거리에서도 높은 명중률을 확보했고, 이를 통해 적 포병 진지, 지휘시설 등 고가치 표적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또한 천무는 차륜형 차량에 발사대를 탑재한 형태로 최고 시속 약 80㎞로 이동할 수 있다. 사격 지점에 도착한 뒤 약 7분 이내에 첫 발사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쏘고 빠지는' 전술 운용에 적합하다. 공격 직후 신속하게 진지를 이탈해 적의 반격을 회피할 수 있는 구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발사체계뿐 아니라 유도탄·탄약, 교육훈련, 군수지원(MRO)을 묶은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방산 무기는 일단 도입하면 수십 년간 운용해야 하는 특성상, 장비의 성능 못지않게 '얼마나 안정적으로 장기간 운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된다.
다른 포병 무기체계와 연계한 패키지 수출도 눈에 띈다. 폴란드는 이미 K9 자주포를 대규모로 도입한 데 이어 천무까지 확보하면서 한국산 포병체계를 동시에 운용하게 됐다. K9이 포탄으로 기동 화력을 제공한다면, 천무는 로켓과 미사일로 더 먼 거리의 표적을 타격한다. 두 체계를 함께 운용할 경우 서로 다른 사거리와 화력 요구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평가다.
폴란드는 2022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천무 발사대·유도탄 공급을 위한 기본계약을 체결한 뒤, 같은 해 11월 발사대 218대와 유도탄 등을 포함한 약 5조원 규모의 1차 실행계약을 맺으며 천무의 유럽 첫 진출을 성사시켰다. 올해에는 천무 72대와 유도탄을 추가로 도입하는 약 2조원 규모의 2차 실행계약도 체결됐다.
북유럽에서도 수출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월 노르웨이 국방물자청과 천무 16문, 유도미사일, 종합군수지원 등을 포함한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단순 발사대 판매가 아닌 유도미사일과 종합군수지원이 결합된 '풀패키지' 계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노르웨이 시장에서 천무는 미국의 고기동다연장로켓시스템(HIMARS)과 경쟁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 미국산 체계와의 경합 끝에 한국산 다연장로켓을 선택했다는 점은 K방산 위상 제고의 상징적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에스토니아는 지난해 12월 천무 6문과 3종 미사일 도입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불과 5개월 만에 3문을 추가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성능뿐 아니라 약속한 일정에 맞춘 납품, 높은 신뢰성, 교육·군수지원을 포함한 체계적인 후속지원, 고객 요구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종합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결과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천무의 수출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완제품 공급을 넘어 현지 공동생산 체제로 확장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폴란드 방산기업 WB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천무 유도탄의 현지 생산을 위한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합작법인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WB그룹이 각각 51%, 49%의 지분을 보유하며, 단순 조립을 넘어 현지 부품 적용과 생산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천무가 '제품 수출형'에서 '현지 생산·산업협력형' 모델로 수출 전략을 고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천무를 앞세워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중동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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