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간 약 89억7,600만 원 투입…실제 위급상황 작동 여부 검증 미흡
- 동행안심벨 물량 부족에 신청 중단, 소상공인안심벨은 재고 남기고 추가 구매
- "보급 개수 아닌 실제 사용 실적을 성과지표로 삼아야"
[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서울시가 시민 안전을 위해 추진하는 안심벨 사업에 최근 3년간 약 90억 원을 투입하고도 실제 범죄 예방과 긴급상황 대응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객관적인 검증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서울시의회에서 나왔다. 사업 효과 분석은 물론 물량 수급과 구매 절차, 배부 이후 관리까지 전반적인 운영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요구다.
서울특별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인애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은 지난 4일 열린 제340회 정례회 여성가족실 행정사무감사에서 동행안심벨과 소상공인안심벨 사업의 실효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이 의원이 지적한 핵심은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사업 효과를 입증할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서울안심벨 누적 보급량을 2030년까지 130만 개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3년간 두 사업에 편성된 예산은 약 89억7,600만 원에 이른다.
이 의원은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가 2023년 만 18세 이상 시민 1,5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시민 안전을 위해 우선 추진해야 할 사업을 묻는 질문에서 '치안물품 지원'을 선택한 응답은 1순위 기준 2.9%, 1·2순위 합산 기준 7.5%에 그쳤다.
그는 오세훈 시장이 지난 10월 26일 양천구 CCTV 통합관제센터를 방문해 시민 안전을 강조한 데 공감하면서도, "시민들이 가장 원하는 사업이 아닌 곳에 90억 원 가까운 시비가 들어가고 있는 만큼 예산이 시민 안전을 위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업 효과를 확인할 성과평가도 도마에 올랐다. 의회가 제11대부터 객관적인 성과분석을 요구했지만, 서울시가 제시한 자료는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2024년 만족도 조사와 올해 7월 안심이앱 연동자 500명 중 119명이 응답한 내부 실태조사 수준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물품을 받은 시민의 만족도만으로는 실제 위급상황에서 기기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신고와 경찰 출동으로 이어졌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만족도 조사와 별개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객관적인 효과성 평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올해 추진한 성과평가의 절차와 시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여성가족실은 지난 2월 외부기관 용역을 통해 6월까지 성과평가를 실시하겠다고 계획했지만, 실제 계약은 9월 11일에야 이뤄졌다. 앞서 만족도 조사를 수행한 서울시여성가족재단과 1,938만 원에 수의계약을 체결했으며, 연구 종료 예정일은 12월 15일이다. 이에 따라 시의회 예산안 심사에 평가 결과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의원은 "재단은 여성가족실의 출자·출연기관이라 외부 연구기관으로 볼 수 없다"며 "객관성을 담보할 효과 분석도 없이 의회에 어떻게 예산을 심사하라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실제 신고와 경찰 출동 통계에서도 관리상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최근 3년간 두 사업을 통한 신고는 6,108건이었지만 경찰 출동은 124건에 그쳤다. 서울시는 미출동 사유에 대해 '기기 수령 후 테스트 신고, 유선 해결'이라고만 답변했다.
이 의원은 실제 위급 신고와 단순 테스트 신고를 구분하고, 경찰이 출동하지 않은 사유도 유형별로 분석해야 사업의 실질적인 작동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도 엇박자를 보였다. 동행안심벨은 올해 5월 신청자가 몰리면서 물량이 소진돼 6월부터 9월 27일까지 사실상 신청을 받지 못했다. 반면 소상공인안심벨은 재고 4,010개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1,500개를 추가 구매했다.
구매 절차의 적정성도 지적됐다. 동행안심벨은 2024년부터 올해까지 네 차례 모두 긴급입찰로 구매가 진행됐고, 소상공인안심벨은 3년 연속 한 업체만 응찰했다. 이 의원은 "긴급입찰은 제한된 시간에 제한된 업체만 참여할 수 있어 정말 불가피한 경우에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부 이후 설치 여부를 확인하는 사후관리도 미흡했다. 소상공인안심벨은 올해 9월까지 1만990개가 배부됐지만, 서울시가 설치 여부를 확인한 물량은 업체가 대신 설치한 587개로 전체의 5.3%에 불과했다. 이 의원이 설치 여부와 미설치 사유에 대한 전수조사를 제안하자 여성가족실은 동행일자리 사업 인력을 활용해 점포를 방문하고 설치를 지원하는 한편, 전수조사에 준하는 점검을 진행하겠다고 답변했다.
이 의원은 서울시가 발표한 2030년까지 서울안심벨 130만 개 보급 계획에도 연도별 세부 실행계획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수요 분석과 효과성 검증에 근거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동행안심벨과 초등안심벨 등 유사한 사업의 관리체계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업 대상이 일반 시민으로 확대된 만큼 조례상 소관 기관인 자치경찰위원회로 사업을 이관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의원은 "시민 안전을 위한 사업이라는 이유로 성역처럼 방만하게 운영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내년부터는 안심물품 지원자 수가 아니라 안심이앱과 연동돼 실제로 사용되는 수를 성과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시가 안심벨 보급 규모를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긴급상황에서의 작동률과 신고·출동 연계 실적, 이용자 사후관리까지 검증하는 체계를 마련할 수 있을지가 향후 사업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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