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이재명 정권이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대통령의 1년을 평가하기에 짧은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했고, 어떤 사람들과 국정을 운영했으며, 국민의 목소리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상당 부분 드러났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달라진 것인가. 아니면 대통령이 된 뒤 정치인 시절의 이재명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는 것인가.
정치인 이재명과 대통령 이재명은 달라야 한다
정치인 이재명은 강했다. 공격을 받으면 받아쳤고, 논란이 생기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거침없는 말과 행동은 정치적 무기였다.
그러나 대통령은 다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정치인의 말 한마디로 끝나지 않는다. 시장이 움직이고, 공직사회가 움직이며, 군이 움직이고 국민의 삶이 움직인다.
그런데 대통령이 된 이재명에게서 오히려 정치인 시절의 거침과 속도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면 문제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싸움에서 이기는 능력이 아니라 국가를 안정시키고 통합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행정가로서의 이재명은 분명 강점이 있다. 문제를 찾아내고 지시하며 결과를 확인하는 능력은 뛰어나다.
하지만 대통령은 혼자 일하는 행정달인이 아니다. 자신보다 뛰어난 전문가에게 맡길 줄 알아야 하고, 자신과 다른 의견을 들어야 하며, 때로는 "내가 틀렸다"고 인정할 줄도 알아야 한다.
국무위원이 대통령의 수족이 되는 순간 국정은 병든다
지금의 국정운영을 바라보며 우려되는 대목도 여기에 있다.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에게 지나치게 세세하게 지시하고, 공개회의에서 장관을 질책하며, 대통령의 판단이 정책 결정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 되는 모습이 반복된다면 관료사회는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결국 대통령이 원하는 답을 찾게 된다. 전문가의 의견보다 대통령의 의중을 읽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국무총리는 마당쇠가 되고 장관은 돌쇠가 된다.
이렇게 되면 국무위원은 더 이상 국정의 주체가 아니다.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하고 집행하는 사람으로 전락한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장관은 말 잘 듣는 장관이 아니다. "대통령님, 그 정책은 잘못됐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장관이다.
대통령이 그런 말을 듣기 어려워한다면 국무회의는 토론의 장이 아니라 대통령의 독무대가 될 수밖에 없다.
공개회의가 곧 소통은 아니다
국무회의와 참모회의를 공개하는 것 자체는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회의를 보여준다고 소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대부분의 말을 하고 장관들이 듣기만 한다면 국민이 보는 것은 토론이 아니다. 대통령의 일방적인 국정 강의에 가깝다.
더욱이 공개된 자리에서 장관이 대통령에게 자유롭게 반론을 제기하기란 쉽지 않다. 공개회의가 오히려 소신 있는 의견 개진을 위축시키는 역효과를 낼 가능성도 있다.
회의는 대통령이 가장 많이 말하는 자리가 아니라 가장 많이 들어야 하는 자리다.
대통령의 권위는 목소리의 크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힘에서 나온다.
전방의 '빈총 경계'에 침묵하는 군 통수권자라면
국정에서 가장 민감하게 살펴야 할 분야 중 하나가 안보다. 전방부대의 경계근무에서 병사들이 빈총으로 근무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면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전방 경계의 기본은 유사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무장과 확고한 대비태세다.
그렇다면 빈총 경계가 사실이라면 군 통수권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답은 어렵지 않다. 국방부 장관을 불러 강하게 질책하고, 전군의 경계태세를 즉각 점검하도록 지시해야 한다.
군의 기본이 흔들렸는데도 군 통수권자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간다면 국민은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병사들에게는 국가를 위해 목숨을 걸라고 하면서 정작 지휘체계가 기본적인 경계태세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면, 이는 단순한 일선 부대의 실수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군 전체의 지휘·감독체계와 함께 군 통수권자의 책임까지 돌아볼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전방 장병들이 총에 탄약이 제대로 지급됐는지조차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대통령이 먼저 문제를 제기하고 철저한 점검과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 문제를 가볍게 여기거나 침묵한다면 국민의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군의 경계가 흔들릴 때 가장 먼저 깨어 있어야 할 사람은 군 통수권자다.
개혁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성급함을 경계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개혁해야 한다. 경제도, 사법도, 행정도, 국방도 시대에 맞게 바꿔야 한다. 문제는 방법이다.
부동산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주식시장과 관련한 대통령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사법개혁 과정에서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충돌이 발생하고, 국방과 군 교육체계 개편에서도 우려가 나온다면 국민은 한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닌가." 국가 정책은 한번 방향을 잘못 잡으면 되돌리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든다. 수천억, 수조 원의 예산이 투입된 정책을 성급하게 밀어붙였다가 실패하면 결국 그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간다.
여론을 무시하는 순간 독선이 시작된다
대통령에게 여론조사가 모든 것은 아니다. 인기에 따라 국가정책을 결정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여론에 휘둘리지 않는 것과 국민의 여론을 무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나는 여론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의중이 감지된다. 하지만 앞선 정권에서도 그랬듯이, 정치인이 아닌 대통령이라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에게 권력을 위임받은 사람이다. 국민의 뜻을 외면한 채 자신의 판단만 옳다고 믿는 순간, 권력은 독선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독선이 견제받지 않는다면 그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가. 독재적 국정운영의 위험이다.
대통령이 여론에 끌려다녀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여론을 경청하되 국가의 미래를 바라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정책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국민도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말이 너무 많다
이 대통령의 또 하나의 약점은 말이다. 말이 많으면 반드시 말의 충돌이 생긴다. 어제 한 말과 오늘 한 말이 다르고, 정책의 취지를 설명하다가 오히려 새로운 논란을 만드는 경우도 생긴다.
말이 많아지면 실수가 많아진다. 더 큰 문제는 자기모순이다. 우리말은 끝말잇기와 같다. 계속 말을 이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앞에서 한 말과 뒤에서 한 말이 충돌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스스로 만든 말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말 한마디의 무게다.
정치인의 말은 흘러가지만 대통령의 말은 기록된다. SNS도 마찬가지다.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대통령의 말이 지나치게 일상화되면 대통령직의 무게도 함께 가벼워질 수 있다.
국민은 처음에 이재명에게 올인했다
정권 초기 국민의 기대는 컸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달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그 기대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정책 하나하나에 대한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피로감이다. 빠른 지시, 공개적인 질책, 잦은 발언, 정책의 혼선, 전문가의 목소리가 묻히는 듯한 모습.
국민이 원하는 것은 대통령의 압도적인 존재감이 아니다. 안정감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충분히 시끄럽다.
대통령까지 매일 정치의 중심에서 목소리를 높일 필요는 없다. 대통령이 한 발 물러서야 장관이 보이고, 장관이 말해야 전문가가 보이고, 전문가가 말해야 국민이 판단할 수 있다.
이재명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대통령학'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행정가로서는 달인일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행정의 달인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대통령은 국가를 통합해야 한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도 품어야 한다. 자신에게 반대하는 장관도 존중해야 한다.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도 견뎌야 한다. 자신을 풍자하는 국민에게도 인내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것이 대통령의 품격이다.
국민이 밝혀낸 빛을 기억하라
정권의 탄생부터 기억해보자.
12월 3일 밤, 대한민국은 엄동설한의 한복판에 있었다. 국민은 거리로 나와 은박지 한 겹에 의지해 추위를 견디며 국회를 지켰다.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순간, 국민 스스로가 민주주의를 지키는 방패가 됐다.
정치인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날 국민이 밝혀낸 한 줄기 빛은 이후 대한민국의 정치적 방향을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그리고 국민은 선거를 통해 새로운 정권을 선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 과정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엄동설한에 국민이 밝혀낸 빛으로 권력을 얻었다면 그 빚 역시 국민에게 갚아야 한다.
그 빚은 돈으로 갚는 것이 아니다. 국민을 두려워하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국민의 삶과 대한민국을 지키는 것으로 갚는 것이다.
이제 1년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다시 선택할 시간은 충분하다. 여론은 대통령의 적이 아니다. 국민의 목소리다. 대통령이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면 결국 대통령 혼자 남는다. 권력 주변에는 사람이 많아도 국민과의 거리가 멀어지는 순간 대통령은 고립된다.
역대 정권의 몰락은 대개 그 지점에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국민의 박수를 받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참모들의 박수에 취하고, 끝내 자기 자신의 박수만 듣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 길을 가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에게 진 빚을 갚는 자리다. 엄동설한에 국민이 밝혀낸 빛으로 대통령이 됐다면 그 빛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여론을 외면하지 말고, 장관을 자신의 수족으로 만들지 말며, 군의 기본이 흔들릴 때 침묵하지 말아야 한다.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국가를 성급하게 몰아붙여서도 안 된다. 무엇보다 '내 정권'이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국민이 맡긴 대한민국의 정부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험이다.
국민에게 빚진 사람처럼 낮은 자세로 국정을 운영할 때 비로소 진정한 권위가 생긴다. 그 빚을 잊는 순간 박수는 침묵으로 바뀌고, 침묵은 결국 분노로 바뀐다.
국민은 권력을 만들기도 하지만, 권력의 오만을 끝내 심판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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